대선 토론이 오늘밤까지 포함해서 총 3번 있었습니다. 일전의 2번은 설렁 설렁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아서) 넘어가 버렸고, 오늘은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찮게 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오늘 토론이 있는 지도 몰랐어요. 정치에 이렇게도 무관심하니 손가락질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쩝

90분간의 토론을 지켜본 뒤, 누가 이겼나 누가 졌나에 대한 부분은 각 방송사에서 뜨겁게 토론중이니 제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개인적으로 느낀 점에 대해서 짤막하게나마 써볼려고 합니다.

우선 일리노이 주지사였던 Barack Obama (이하 오바마)는 left-wing (이하 좌파)인 Democratic Party (이하 민주당) 출신이며, 아리조나 주지사였던 John McCain (이하 메케인)은 right-wing (이하 우파)인 Republican Pary (이하 공화당) 출신입니다. (저도 정치학에는 문외한이기에 짤막하게나마 정리하자면) left-wing politic은 평등을 주장하는 사회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right-wing politic은 자유시장을 주장하는 자본주의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조금은 극과 극인지라 두 정당의 정책자체도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늘 토론에서도 이 부분은 제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대선후보에 대한 모든 존칭 생략합니다. 정식으로는 주지사 오바마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겟습니다만, 개인 블로그에 소견을 적는 글이다 보니, 편의상 존칭 생략합니다.*

첫째로 토론 내내, 오바마는 정부의 개입을 주장했습니다. 의료보험에서도, 경제부분에서도 정부가 직접적인 개입을 해야만 현재의 위급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반면에 메케인은 정부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개개인 그리고 개별적인 중소/대기업들이 알아서 하게 놔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뭐 자신이 속한 정당의 성격 자체를 그대로 반영한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기에 색다를 건 없었어요. 누가 옳은지 감히 말하기에도 쉽진 않습니다. 어느 한쪽도 완벽한 비전을 제시하진 못했거든요. 사실 '완벽한 비전'이란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 합니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오바마의 주장은 정부가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을 정부가 대다수의 저소득층에게 '제대로'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정부라는 존재 자체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입장은 아니기에 (surplus budget이면 좋긴 하겠죠) '청렴결백'하며 일을 '확실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요건을 제대로 갖추긴 했습니다. 문제는 이제까지의 사례를 봤을 경우엔 정부가 진행한 일들은 항상 제대로 된 것이 없거나 진행이 매우 느리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일을 빨리 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한편 메케인의 주장은 개개인에게 맡겼을 경우, (다수가) 원하는 대로 일을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자본주의의 기본 바탕인 Laissez-Faire 를 봐도 잘 알 수 있듯이 놔두면 시장 경제원리에 의해서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겁니다. 기초 경제학에서도 잘 나오듯 생산과 소비의 관계처럼, 톱니바퀴가 물려져서 돌아가듯 가만히 둬도 잘 돌아갈 거라는 거죠. 근데 문제는 이제까지의 사례를 봤을 때는 가만히 둬서는 결코 좋은 방향으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물론 우파의 경우에 아주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개개인에게 많은 (때로는 너무 많은) 결정권을 맡기는 것은 큰 실수라고 봅니다. 실제로도 원가절약을 위해서 노동력착취는 물론이고 (자본가의 생각에 따라) 없어도 된다싶은 노동환경에서의 안전이라든가 고용보험등은 큰 문제이지 않습니까. '톱니바퀴 부러지면 다른 걸로 바꿔서 쓰면 되지, 넘쳐나는 것이 톱니바퀴인 걸' 따위의 사고방식이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양쪽의 의견 모두 100% 완벽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바마의 주장은 정부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기에 (비록 그들이 주장하고는 있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불평 불만을 쏟아낼 것이며, 메케인의 주장은 개개인에게 맡기는 것이기에 (비록 아무리 그들이 원조를 한다고 해도) 빈익빈 부익부는 차츰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참 난감합니다. 어느 쪽의 정책도 옳다 그르다 쉽게 판단할 수 없어요. 고용주의 입장에서 보면 메케인을 원할 테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바마의 주장이 솔깃할 지도 모릅니다. 고용주와 노동자의 비율을 따져봤을 때는 당연히 월등하게 노동자 숫자가 높을 수 밖에 없으니, 오바마의 당선은 확실한걸까요? 물론 선거가 그렇게 간단할 것 같으면 각 방송사에서 열을 내며 분석을 하고 있진 않겠죠. 선거비용에 수억대의 돈을 쏟아 붓지도 않겠구요.

어제 캐나다에서도 선거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했듯이 Conservative Party (보수당)이 과반수에 약간 밑도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minority 정부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자유당은 결국 또 밀려났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평소 당수가 보여줬던 (원했든, 아니 원했든) 캐릭터 자체가 큰 환심을 사지 못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뭐 전세계 경제가 이렇게 된 마당에 그나마 정부는 무난히 나아가주길 바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총리가 바뀌면 나라 정책도 바뀔텐데, 누구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원친 않겠죠. 제 아무리 야당이 더 나은 정책을 보장한다고 소리쳐도 말입니다.

끝으로 CNN에서는 토론 내내 화면 아랫부분에 그래프를 보여줬어요. 토론자체가 Ohio에서 열렸기 때문에 Ohio내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유권자의 상태를 나타내어 주었는데요.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남녀 두개의 그래프가 오르락 내리락 거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바마쪽은 여성 그래프가 호의적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았고, 메케인쪽은 반대로 남성 그래프가 호의적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당의 정책 차이 때문이라고 보기엔 힘들 것 같고, 두 후보들의 캐릭터에서 풍겨나오는 느낌이 달라서 그럴까요. 뭐 깊게 분석까진 안할랍니다. 남녀 유권자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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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실감하기

회사가 크면 클 수록 일의 분화가 잘되어 있는 편입니다. 각 팀별로 맡은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의 전문성이 높고 동시에 효율성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마련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서로간의 깊은 유대감 없이는 감정의 골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지 않는 이상 프로젝트의 진행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지요.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클에서 (제 생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SV&V 팀의 주된 목적은 제품의 퀄리티 보장입니다. 개발자들이 짜놓은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는 지, 문제점은 없는 지 테스트 해보는 것이 일인 직업이에요. 물론 테스트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버그가 발견 되었을 시에는 확실히 보고하고, 버그픽스가 나오면 재확인하는 것 또한 SV&V 팀이 맡아서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탁구 경기를 보는 것과 같은 일상이 반복 되기 마련입니다. 버그가 생기면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서 개발자에게 넘겨지고, 버그가 고쳐지면 다시 테스터에게 넘어오게 되고 말이에요. 금방 금방 해결 되면 기분이 좋긴하지만, 계속 반복되면 짜증이 나게 마련입니다. 개발자와 테스터간의 사이가 좋은 경우에 농담으로 웃고 넘기게 마련입니다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앞으로든 뒤로든 서로 손가락질을 하게 됩니다. 개발자는 개발자 나름대로, 테스터들이 좀 더 일찍 버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불만이 생기고, 테스터는 테스터 나름대로 불완전한 소프트웨어에 불만을 가지게 되요.

RIM에서 근무하는 동안, (적어도 아직은) 불미스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맡은 일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밥을 먹는 한 식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D 초기에는 저도 항상 개발자로서의 테스팅만 해보았던 터라, 과연 SV&V팀으로서의 테스팅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 지 공감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덕분에 테스팅이라는 게 쉽지않다는 것을 항상 실감하고 있습니다. :)


궁극적으로는,

SV&V에게 주어진 역할은 수박 겉 핥기식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소프트웨어라는 것 자체가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눈대중으로 대충 실행되나 안되나 확인할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더군다나 실행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도 없고 꼼꼼히 많은 부분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End user 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설혹 멍청하거나 황당한 행동이라도 발생 가능한 이상 꼭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마인드는 냉혹한 비지니스 세계에서 용납되지 않거든요.

최소한의 버그를 유지한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위해선 최대한 조금이라도 일찍 버그를 발견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코드 자체만을 테스트 할 것이 아니라, 디자인 레벨부터 시작으로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 (발생 가능한) 버그를 발견해내는 것이 중요해요. 많은 수의 버그가 잘못된 문서 표기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렇기에 개발자가 최종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코드를 작성하기 이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해요.


SV&V 내에서의 그리고 전체적인 회사내에서의 역할 분담

SV&V 팀 내에서도 역할 분담이 명확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 개인의 장점을 잘 살려서 테스트 자동화쪽을 전문적으로 맡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뛰어난 언어 능력을 발휘해서 localisation 이나 internationalisation 쪽의 테스팅을 맡는 사람도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능력이 특출난 사람들은 테스팅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별적인 프로그램을 따로 개발하는 경우도 있구요.

RIM의 경우엔 테스터로 일하다가 개발자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개발자로 일하다가 테스터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아예 마케팅과 같은 아주 다른 부서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구요. 결국 자신을 제한하는 것은 단 하나, 자기 자신 뿐입니다. 자기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혹시? 설마?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역할분담도 중요하지만, 모든 테스터들이 가져야 할 공통 마인드도 있습니다. 설마하는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해요.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꼭 자문을 구해서 문서화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후에 진짜 문제로 판명되든 아니든, 한번쯤은 이미 이슈화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특히나 최종 사용자는 어떤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 라는 생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뜨거운 커피 컵에 "조심하세요, 본 음료는 뜨겁습니다' 라는 문구가 필시 기재되어야 하는 것 처럼, 사소한 일이라고, 당연하다고 생각된다고 해서 쉽게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되겠습니다.

우스개 말이지만, 테스터로서 일을 오래 하다보면 항상 제품이든 계획이든 테스터로서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만약 이런 일을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들은 답답해 보이지만 테스터로서는 필수라고 생각되네요. :)


점점 글을 쓰다 보니, 소재가 줄어들고 있네요. 길게 쓰려니 너무 장황하게 될거 같고 간략하게 쓰려니 너무 간단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힘을 내서 다음 4부는 SV&V의 입지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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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학생도 아니고 정사원도 아니야

정체성의 확립이란 게 사춘기때 이미 겪었고 다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했는 데, 막상 다시 겪게 되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P 작년 9월, 일을 시작하고 시간이 차츰 흐르면서 스스로를 학생이라 부르기도 애매하고 사원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더군요. 아직 졸업전이기도 하니, 계약직이라고 부르기엔 '과찬'일 것 같기도 했구요. 참 애매 했습니다. 코압이라고 회사내에서 우습게 보여지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정사원만큼의 권한을 지닌 것은 아니라서 살짝 눈치가 보이는 입장이고 하거든요. 덕분에 직장내 농담거리로 항상 등장하는 것이 코압이기도 합니다. :)

결국 제목을 사원이라고 붙이기는 했지만 정사원은 아니니 이건 사원이면서 사원이 아니기도 한 우스운 위치에 놓이게 되네요.


순진하기 그지 없다

학교가 배움의 장소라고는 하지만 모든 것을 배우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구요) 현장에서 뛰기 전까지는 책을 통한 배움을 실질적으로 적용해볼 기회가 없기에, 막상 뭔가를 하려면 많은 부분에서 서툴기만 합니다. 육체적인 노동을 요구하는 직종은 아니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실수는 거의 없습니다만, 알게 모르게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실은 초기에는 "많이" 배우는 입장이기에 회사측에서도 아주 어려운 일이나 크게 중요한 일은 잘 맡기질 않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라서 아예 회사 말아 먹을 실수만 아니면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구요. (회사 나름이지만) 덕분에 일 자체를 배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뭔가를 24/7 고민해가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내야 했던 것도 아니고, 림 자체내의 규율도 느슨한 편이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순진했기에 열정도 넘쳐났었고 덕분에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았습니다.

물론 이 순진함이 항상 이롭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특히 (일전에 몇번 포스팅 했던 것 처럼) 넘쳐나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질풍 노도의 시기'도 있었구요. 회사가 클 수록 분화가 잘 되어 있기에 일들이 효율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혼자서만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랍니다. 학교에서 해왔던 것 처럼 혼자서 가볍게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일이 진행이 안될때 혼자서만 바둥바둥 거린다고 해서 안될 일이 갑자기 해결되는 경우가 없기에 편하게 마음을 먹는 인내심이 자주 필요하게 되더군요.


만사형통?

만사형통,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은 '편하게 일하는 방법'에 많이 익숙해져서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만, 초기에는 심히 불편했습니다.

제가 성격이 소심하면서도 동시에 곧잘 욱하는 편입니다. 물론 바깥으로 표출해내지는 않지만 많이 쌓이면 폭팔할 것 같은 화를 감당하지 못해서 혼자 자폭해버리기도 합니다. :D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 문제가 많이 해결되긴 했지만,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했었지요.

회사가 크면 클 수록 부서간의 대립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물론 나쁜 의미에서의 대립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과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대립이에요. 각 부서마다 맡은 일이 다른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다른 부서의 문제점을 떠 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이 '정치적인' 요소들 덕분에 초기에 맘고생을 좀 했습니다. 팀장이 팀원들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책임을 떠안기는 성격은 아니라서 그나마 나았지만 제 자신 스스로가 익숙해지지 않으면 고생길이 훤했었죠.


고진감래: 아픈만큼 성숙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초반에 신경을 썼던 것을 회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올 정도로 많이 익숙해졌네요. 더군다나 처음에 열정적으로 돌아다녔던 덕분에 지금은 꽤나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세술에도 익숙해져서인지, 문제가 있을 때면 더이상 혼자 끙끙 앓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어요. :)

앞으로 졸업 후 본 회사로 돌아 올련지 아니면 새로운 회사를 찾게 될련지는 곧내 밝혀질 것 같습니다. 고생한만큼 정도 많이 쌓였는데, 돌아오면 좋겠지만, 막상 돌아와서 일을 시작하면 너무나 편해져서 안이해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몇부작으로 가게 될련지... 다음 3부는, 'SV&V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으로 제가 일했던 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적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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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참 순진합니다. 제 아무리 x초딩이라고 부르고, 불량 청소년이라 일컬으며 비난과 야유를 쏟아부어도 순진한 건 순진한 겁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구요?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자립한다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을 생각해 보면 말이에요.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학생은 일부 집단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신분으로 나눴을 때 '학생'이라는 포괄적인 무리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을 말하는 겁니다. 물론 대학생도 포함됩니다.

아직 학생이란 신분에서 100% 벗어나지 못한 제가 감히 몸을 담고 있는 무리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현실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보려 합니다.


미래를 설계하다

좀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회에 발을 내딛는 다는 것은 앞으로 자신이 걷게될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나 첫 발을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내딛었냐에 따라서 차후 5년이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순조로운 미래를 알리는 청신호를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죽도록 책만 파고 공부만 했던 학생들에게 가혹한 시련이 될지도 모릅니다만, 그렇기에 순진하다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아주 좁디 좁은 터널 속에서 저만치서 새어 나오는 빛만 바라보며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무릅쓰고 무작정 기어나오기만 했는데, 바깥으로 나오기만 하면 만사가 다 해결 될 줄 알았지만, 막상 나오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근심 걱정 없을 줄 아는 순진한 학생이 이제는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인문계/이공계만으로 딱 잘라서 나누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교육실정을 따지기엔 너무나도 본 글이 길어지겠기에 깊게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만,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학생의 신분으로서 일을 시작하다

북미 (대학) 교육 방식중 마음에 드는 것중 하나가, 학생 신분으로서 회사에서 일정 기간동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에서는 싼 값에 사람을 쓰거나 때로는 새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기도 하기에 Co-op이라는 형식으로 학생을 데려다 쓰는 경우가 많아요. 캐나다 현지 학교 측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에 건너가서 일을 하는 학생들도 꽤나 됩니다.

공부만 하다가 막상 일을 시작하려면 참 안되는 일이 많습니다. 열정만 가득해선 마음만 앞서는 경우도 많고, (기업)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에 익숙해지지 못해서 고생하는 경우도 많구요. 하지만 이 모든 고생들이 결국에는 다 쌓여서 소중한 경험의 일부분이 되는 겁니다. 아직은 학생의 신분이니 어느 정도의 실수도 눈감아주는 경우도 많아서 처세하기에 따라서는 인맥 쌓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전 작년 9월 부터 일을 시작해서 이제 곧 1년 기간이 끝나게 됩니다. 9월 복학을 시작으로 마지막 남은 대학 1년을 무사히 보낸다면 차후 졸업뒤에 이제껏 쌓아둔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취업에 꽤나 큰 도움이 되겠지요.


파란만장했던 그간의 이야기

일년, 어떻게 보면 '벌써' 라는 말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아직' 이라는 말이 나올 것 같기도 한 참 어중간한 기간입니다. 첫 출근 당시의 순진했던 제 모습을 회상해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하네요. 몇부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나눠서 그간 겪었던 이야기를 하나 둘 적어 보려 합니다. 아마 이 글이 본 블로그의 마지막 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

2부는, '순진한 사원 일을 그르치다' 가 될 것 같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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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전에 V for Vendetta (이하, 벤데타) DVD를 구입하고선 겉봉을 뜯지도 않고 묵혀두다가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네요. 뭐 2번째 보는 것인지라 처음에 느꼈던 감흥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잘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

길게 영화 줄거리를 쓸만한 능력은 못되고, 간략히 제 소감만 말하자면, 간단히 보고 넘어갈 만한 영화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영화자체가 복합적인 생각을 요구한다기 보다는, 담고 있는 주제 자체가 조금은 무겁기 때문입니다. 북미 고등학생이라면 한번 쯤은 꼭 읽어봤을 1984나, The Handmaid's tale에 담긴 디스토피안적인 미래가 주제이기에 평소 정치에 불만이 많으셨던 분들은 흥미롭게 보실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주인공, V의 사상을 역대 영화중 손에 꼽을만한 아스트랄한 사상이라고 여기시는 분들도 꽤 되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전체주의에 맞서서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사회가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상은 적어도 제게는 그렇게 아스트랄하게 느껴지지는 않군요.

영화 도입부에서 V의 등장신은 화려한 액션보다는 숨돌릴 틈도 없는 그의 장황한 소개에 더 놀라게 됩니다.


[Excerpt from Wikipedia]

Voilà! In view, a humble vaudevillian veteran, cast vicariously as both victim and villain by the vicissitudes of fate. This visage, no mere veneer of vanity, is a vestige of the vox populi, now vacant, vanished. However, this valorous visitation of a bygone vexation stands vivified, and has vowed to vanquish these venal and virulent vermin vanguarding vice and vouchsafing the violently vicious and voracious violation of volition. The only verdict is vengeance; a vendetta held as a votive, not in vain, for the value and veracity of such shall one day vindicate the vigilant and the virtuous. Verily, this vichyssoise of verbiage veers most verbose, so let me simply add that it's my very good honor to meet you and you may call me V.

– V's introduction to Evey



솔직히 영문이든 한글이든 자막이 없이는 V가 내뱉는 단어 모두를 일일히 하나 하나 이해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뜻이 어찌되었던 간에 쉴새 없이 내뱉는 V단어에 그냥 놀랄 뿐이지요. :)

정부에 대항하는 과격파

항상 궁금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영화상에서 등장하는 경찰들은 Antagonist (적대자) 또는 악당으로 취급해야 할련지 아니면 민간인으로 해석해야 할련지 갈등이 생깁니다. 영화내내 V에게 얻어맞고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는 경찰들이 죽을때마다 환호성을 내질러야 하는지, 불쌍하다는 동정심을 느껴야 할련지 말이에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총대를 겨눌수 밖에 없는 사실이 현실이든 어찌되었던, '정부'를 상대로 항상 V는 과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찌르고 베고 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억눌려 있는 국민들의 폭팔할 것 같은심정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여성에게는 친절하다

나탈리 포트만 (이하, Evey) 같은 미녀라면 누구나 친절해질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게 요지는 아니고 (웃음), 악역을 자청해서라도 여성에겐 친절과 미소로 (가면일지라도)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중간에 Evey를 삭발해버리는 악행은 감히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긴 하지만, 그녀를 강하게 만들려는 V의 심정은 어느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앞치마를 두른 V의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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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분홍색: 분홍빛 볼터치는 중요 포인트



불사신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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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TIME



승리(Victory)를 표현하기도 하는 V마크. V의 무술 솜씨는 일품이지만,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그의 마지막 발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무수히 쏟아지는 총알 세례후에도 우두커니 일어서선, 'My time' 을 외치며 끝끝내 다 쓸어버리는 통쾌함은 영화가 종반을 치달으면서 뜨거워져만 가는 열기와 잘 어우러집니다. 마치 악당을 쳐부수는 주인공에게 환호성을 지를 것 같은 분위기랄까나요.

사상과 이상을 국민들의 마음속에 직접적으로 구체화시켜준 V. 수많은 V (가면을 쓴 국민들) 앞에서 자신의 약속을 끝끝내 지켜보입니다. Evey 가 눈물 흘리는 모습이 가엽긴 하지만, 주인공이 희생해야만 하는 와쵸스키 감독 형제의 이상을 이미 매트릭스를 통해서 여러번 보았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D

끝으로,

음, 영화내내 액션과 주제외에 제 눈길을 끄는 부분이 몇개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리모콘과 전화기(휴대폰)을 겸하는 전자기기. 납작하게 생긴 것이 바 타입의 휴대폰처럼 보입니다만, 리모콘으로도 쓰이기에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꽤나 큰 호응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TV와의 주파수 해결 문제등을 고려해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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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이 별건가



둘째, 나탈리 포트만의 분홍빛 치마! 아아... 비숍이 부럽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었습니다. 별일(?) 못해보고 V에게 죽는 다는 걸 고려해보면 그리 좋은 역할은 아니지만서도 말이에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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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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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 나탈리




영화 종반부에 등장하는 엄청난 수의 도미노. 영화 줄거리를 잘 표편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신의 몸으로 시작된 전체주의에 대한 반항이 군중 심리를 이용해 전 사회의 이념을 바꾸는 도미노 효과. V의 잘 짜여진 각본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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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NG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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