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아시죠? 밀어도 밀어도 다시 일어서는 지겨운 오뚝이 말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는 박휘 근성의 대표랄까요. 아무튼 제가 말하고 싶은 오뚝이는 특성보다는 생김새를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밀어도 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그 생김새 말예요. 하체가 좀 무거워야 말이죠. (웃음)

사족을 잠시 달자면, 컴플렉스 없는 사람 있을까요. "왕의 남자"였던 이준기도 외모 컴플렉스가 있다니까 (저같이) TV에는 얼굴도 못내밀어 볼만한 마스크를 가진 사람들은 외모에 불만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죠. 뭐 마스크 뿐만이겠습니까. 신체 구성자체에 부족한 부분이 한둘이어야죠. (/먼산)

근데 뭐, 외모에 신경쓰면서 거울 보며 좌절할만한 사춘기 시절은 지났고, 이제는 (포기하고 수긍한 체) 가진대로 살아야지 어쩌겠어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자는 능력이지라며 악착같이 돈을 긁어 모을 시기라는 거죠. (웃음)

자 자, 사족은 여기까지. 오뚝이를 언급한 이유가, 서양인 대부분의 기본 신체조건이 오뚝이와 비슷해서 그럽니다. 머리는 작고, 상체와 하체는 커요. 물론 대부분의 오뚝이는 머리하고 상체가 다 작긴 하지만, 요는 '머리가 작다' 라는 겁니다. 머리가 작은 데 어쩌라고? 하는 분이 계실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머리가 작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구요? 시판되는 모자의 일반 S/M 사이즈들은 제 머리에 맞질 않거든요! (모자 사이즈는 보통 S/M 그리고 L/XL로 나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내 머리는 크질 않아! 생각하면서 미디엄이면 맞을테지 싶어서 S/M 사면... 머리에 피가 몰려서 한여름에 햇살이 아니라 혈압 올라서 기절하는 수도 있습니다. /먼산)

머리가 (비정상적이지 않게) 작으면 좋은게 어깨가 넓어 보여요. 운동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건데, 타고난 신체적 조건은 어떻게 한들 고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깨에 넓히고 근육을 붙여도, 가운데 떡하니 붙어 있는 머리 크기가 작아지질 않는 이상, 멋이 나질 않습니다. 절대 아니라구요? (캐나다) 현지 gym (일명 헬스장) 에서 운동하는 현지인 (캐너디언)을 보셨어요? 못봤으면 말을 마세요. (- 달인 버전)

사실 머리만 작으면 말을 안하는 데, 몸이 전체적으로 다들 많이 큽디다. 덕분에 옷 사이즈도 조심해서 사지 않으면 아무래도 삼촌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보여요. 한국에서 옷 (상의) 사이즈가 90, 95, 100, 105 이런 식으로 나올 때, 여긴 XS, S, M, L, XL, XXL, XXXL 이런 식으로 나온답니다. 브랜드 마다 사이즈도 달라서 어떤 곳에서 S 입다가도 다른 데선 M 또는 L 입어야 될때도 있어요.

거기다가 옷 치수는 도대체가 어떤 식으로 재서 만든 건지, 어깨가 맞다 싶으면 허리가 너무 크고, 허리가 맞다 싶으면 어깨가 너무 좁아서, 디자인이 이뻐도 사이즈가 안 맞아서 못입는 경우도 더러 있답니다. 상체, 하체가 모두 크다는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에요!! 온라인 구매는 꿈도 못꾸죠! 입어보질 않고 옷을 산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가 없어요!!!

상의만 말했었는데... 하의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죠. 제 키가 177 (또는 5'8''). 어떻게 보면 그냥 평균 신장인데 (물론 요즘 10대 부터는 급속도로 발육이 좋아져서 180 넘기는 건 기본이겠지만요 ;ㅅ;) 여기선 평균 신장에는 한참 못 미치는 사이즈가 되네요. (기장 수선 없이 옷을 입는 건, 바지 밑단이 너덜너덜하게 다 헤지도록 입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이런 고목들 틈 사이에서 살자니, 가끔은 나도 '키 컸으면, 키 컸으면, 키 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은 웃자고 쓴 글입니다. 대다수가 모두 다 고목나무 같은 건 아니에요. 상대적으로는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신체 사이즈가 큰 것은 DNA 때문에라도 어쩔 수가 없긴 하죠. 다만 이걸 아무 반발없이 납득하고 살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뼈가 다 굳었을 텐데) 몸을 늘릴 수도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머리가 조금씩 굵어지면서 알게 된건데, 일반 US브랜드 제품들은 (특히나 상의가)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를 찾기가 참 힘들어요. 언급했던 대로, 어깨가 맞으면 허리가 크고, 허리가 맞으면 어깨가 작거든요. 그래서 결국 대책 방안이란, 유럽브랜드 제품들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번 옷을 살때면 통장 구멍나는 소리가 절로 들려요... ㅜㅅ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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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컨닝

커닝 또는 컨닝*하다는 말은 학교앞 문방구에서 눈깔사탕 사다 빨아먹을 적부터 들어봤을 겁니다. 나쁘게 말하면 공부 잘하는 애들 등쳐먹는 거고, 좋게 말하면 실력이죠. (뭥미?)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거늘, 난 평생 남의 것 베껴본 적 없다!는 분들에게도 전혀 돌 맞지 않을 글을 써보자고 합니다. 부정행위를 권장하는 (그런 냄새가 풍기는) 글을 쓰는 주제에 무슨 말이냐구요? Crib sheet 써보셨어요? 안써봤으면 말을 마세요.

*주: 커닝/컨닝은 콩글리시 또는 한국어식 영어라고 합니다. Cunning이란 단어에서 따온 이 말은, 주로 시험시의 부정행위를 지칭하는 경우에 많이 쓰이곤 하죠. cheat (치팅) 이란 표현이 더 적합할 겁니다. 출처: http://ko.wikipedia.org/wiki/%ED%95%9C%EA%B5%AD%EC%96%B4%EC%8B%9D_%EC%98%81%EC%96%B4
그래도 막상 맞는 표현법을 찾으려면 없네요. 커닝 페이퍼란 말이 좀 꺼려지긴 하지만, 나은 것을 찾기 전까진 그렇게 써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크립 시트가 뭐냐구요? 사진을 도용하긴 좀 그렇고, (제가 따로 사진으로 찍기 전까지는) 플리커에 올려져 있는 사진들을 추천합니다. :)

http://www.flickr.com/photos/aweproducto/463705663/

http://www.flickr.com/photos/socalbavarian/2452897529/



크립 시트, 그 심적인 여유

우선 제가 여기서 말하는 크립 시트는 정당한 이유에서 만들어지는 시험 도우미를 말합니다. 굳이 시험 도우미라고 갖다 붙인 이유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시험때만 되면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니' 하시는 분들에게 심적인 여유를 갖게 해주기 때문이랍니다. 적어도 제겐 그랬어요. 암기과목에 약한 것은 아닌데, 무작정 외우는 건 진짜 싫어하거든요. 진짜 똑똑한 사람들은 '외우지 않고' 이해한다고 하지만, 전 믿지 않았습니다. 이건 도대체가 달달 외우지 않고선 시험을 볼 수가 없거든요.

변명같아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종이가 없이는 시험 보기가 불안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죽어라 읽고 쓰고 외웠는데, 막상 시험장에 들어서면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경우가 가끔 있거든요. 후우.. (/먼산) 그래서 저같은 경우엔 심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라고 쓰고, 외우기 귀찮아서 라고 읽습니다)


커닝 페이퍼의 효율성

보통 공과계열의 과목들이 커닝 페이퍼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수님들이 Letter size종이에 (캐나다는 용지는 미국식이라, A4 사이즈가 아니라 Letter 사이즈를 사용합니다) 앞뒤로 채울 수 있게끔 허락한답니다. 그래도 모든 과목이 다 허용하는 것은 아니에요. 종이에 빽빽이 채워오면 시험 문제를 낼게 없는 과목도 있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는답니다. 솔직히 공부 하나도 안해도 지참한 종이에서 그대로 베껴쓰면 되니 무슨 평가가 되겠어요.

근데, 커닝 페이퍼가 있다고 해서 모든 시험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에요. 공식이 수십개가 되는 시험인 경우엔 자신의 눈앞에 공식 자체가 나열되어 있다고 한들, 무슨 공식을 써야하는지 모르면 말짱 꽝이거든요. 그래서 커닝 페이퍼를 허락하는 과목의 경우엔 시험이 아주 어렵거나 아니면 아주 쉽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 좋게 종이에 적어놨던 내용이 시험에 나오면 아싸! 되는 거고, 그게 아니면 아 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시험 도중에 머리를 쥐어 짜는 사람이 보인다면, 커닝 페이퍼 만드는 데 소홀히 했나 보군 움하하하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커닝 페이퍼의 종류

커닝 페이퍼에도 종류가 있어요. 종이를 오색찬란한 색으로 한다고 종류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무슨 내용을 적을 수 있냐는 게 다 다르답니다. 커닝 페이퍼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에요. 닥치는 대로 전부 다 적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언제나 그런 게 아니거든요. 과목에 따라 다르고, 교수마다 또 다르답니다. 공식만 적을 수 있게, 직접 쓴 글만 허용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긴 것이 적발되면 종이를 빼앗기는 거죠. 시험지를 제출할때 커닝 페이퍼도 같이 제출해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정행위(!?)를 찾아내겠다는 것 같은데, 아직 나쁜 짓(?!)을 한적이 없어서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딴청)

그래서 크게는 3종류로 나뉩니다. 1. 공식만 허용되는 경우, 2. 직접 쓴 글만 허용되는 경우, 3. 제한이 없는 경우.

공식만 허용되는 경우엔 예제를 포함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공식만 나열해 두어선 자신이 쓸 줄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거죠. 결국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공식만 갖고선 쪽박차기 쉽상입니다. 많은 경우에 시험지 자체에 이미 별도로 제공되는 페이지에 충분한 수의 공식이 나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공식만 허용되는 과목은 문제가 아주 어렵던지 아니면 아주 쉽게 됩니다. 문제 자체는 아주 어렵게 내진 않아요. 그럼 왜 어렵게 '느껴지냐구요'? 공부를 안했으면 어렵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지요.

직접 쓴 글만 허용되는 경우에는 가독성이 심하게 떨어진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거의 폭탄을 안고 시험을 보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막 내키는 대로 다 적었다가도, 자신이 쓴 글을 알아보지 못해서 좌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애시당초에 '계획적으로' 공간 분할을 잘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세로로 4줄을 만들거나 3줄로 미리 나눠 놓고 시작합니다. (이건 기밀사항인데!)

제한이 없는 경우엔 조금은 널널한 편이에요. 따로 프린트를 해갈 수도 있고, 오리고 붙여서 너덜너덜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커닝 페이퍼에 관해선 잊지 못할 사연이 참 많습니다. (웃음)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공간 활용입니다. 시험 범위를 잘 파악해서 챕터마다 중요도를 따져서, 하나의 챕터가 너무 공간을 많이 안 잡아 먹게 하는 게 중요해요. 신이 나서 막 만들어 나가다가 나중에 정작 중요한 부분을 쓸 공간이 남아 있지 않으면... 다시 만들어야 되거든요. (/먼산)


짧은 일화

이쯤에서 간단하게 제 경험을 말해볼까요? 듣기 싫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글을 길게 쓴 거 같아서 마무리를 지어야 되거든요. (누구맘대로!)

*일화를 좀 더 자세히 쓸까 하다가, 프라이버시도 존중해야 되니까, 조금 더 간략하게 줄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학기말 고사를 앞두고 끙끙대던 시점이었습니다. 시험은 많고 (7개나 되니까!) 공부는 해야겠는데, 커닝 페이퍼를 만들려니 머리가 빠지겠는 걸요. 왠만한 과목들의 시험 범위가 처음 부터 끝인지라, 책 내용을 전부 요약하려니 한참 걸릴 게 분명하거든요. 결국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만들어 보자 했습니다. 파트도 나누고 맡은 챕터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메모하기로 말이에요.

결과물은? 다섯 공대생의 땀과 열정이 담긴 '공작물' 이었습니다. 예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예술'이에요! 단순 복사를 통해 가독성을 높히고 동시에 축소 복사를 통한 공간 활용까지!

시험 당일 날, 깨알 같은 커닝 페이퍼를 들여다 보고 있는 다섯 한국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내가 맡은 부분은 완벽한데 왜 다른 부분에선 빠진 내용이 있냐는 불만섞인 중얼거림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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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마다 다르고 학교마다 다릅니다만, 저희 학교에서는 (맥마스터) 1학년때는 과별로 다 뭉쳐둡니다. 예를 들어서 공대생은 전공에 상관없이 다 똑같은 1학년으로 강의를 듣게 된답니다. 결국 1학년때 수백명이 한꺼번에 강의를 듣곤 했습니다. 강의실이 강의실이 아니지요. 거의 공연장 수준입니다. (웃음)


강의실 = 수면실

유티나 욕에 비하면 (특히 유티) 저희는 사실 별거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사실 첫날에는 좀 많이 놀랐어요. 시간표대로 강의실을 찾아다니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이건 뭐 강단은 저어기 밑에 있고, 젤 뒤에서는 교수님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있었거든요. 결국 이렇게 큰 강의실에서는 그냥 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님들이 알아차리고 깨우실 것도 아니고 해서 뒤에서 앉아서 자면 딱이었거든요. (웃음)

물론 모든 강의마다 학생이 몰려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섹션이 나뉘어져 있어서, 수백명대신에 수십명씩 나눠져서 강의를 듣게 되는 과목도 있었거든요. 결국 그런 수업은 대놓고 자진 못하고 슬슬 구석에서 잠을 자게 됩니다. (결국 자는 거냣!)


쨍하고 해뜰날

강의 시간표를 받아 보는 순간, 대부분의 신입 공대생들은 기겁을 할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해뜰때부터 저녁 먹을 시간까지 수업 (기본 50분)에 Tutorial (1~2시간)에 Lab (2~3시간)에 여기 저기 뛰어 다녀야 되거든요. 과목수도 학기당 6과목씩 듣다 보니 시험보는 횟수도 꽤나 많아요. 물리와 화학과목은 파이널전까지 시험을 2번 봤었고, 수학 과목들은 파이널전까지 시험을 4번을 보기도 했어요. 진짜 돌아서면 다음 시험이 있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결국 수업을 들어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자신이 있었다기 보다는, 귀차니즘의 압박이랄까요. 어울려서 놀기도 하고, (안들어간 수업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공부도 하기도 했는데, 해뜰 때 잠자리에 들어서 해질 때 일어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답니다. 시험의 연속일때는 말 그대로 '토나올 정도로 시험만 봤습니다.'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신입 공대생활은 시험밖에 기억이 남질 않는 군요. (/머엉) 공대 특유의 이벤트와 학생그룹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 나는 건 시험, 시험 그리고 시험 밖에 없어요. 웃긴 건 수학시험의 경우엔 5일에 걸쳐 나눠져 있어서 자신이 보고 싶은 날 볼 수가 있는데, 버전이 여러개로 나눠져 있어요.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먼저 보고 나온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버전을 설명하곤 했었습니다.

참 힘들기도 했지만,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들 사회인이라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03/04 한해를 절대 못 잊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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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면 다를 줄 알았어요." - X시, B군의 푸념

저도 다를 줄 알았습니다. 대학이란 동경의 대상이었거든요. 물론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해 본 것이 아니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못해보고, 마냥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이 절대 암울했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그저 환경이 바뀌길 바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미래를 꿈꿨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실제로 대학이란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며 사회를 향한 문턱이란 생각이 드네요. 물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꼭 대학만이 사회를 향한 문턱인 것은 아니긴 합니다. 요즘 추세를 보면, 대학을 나와야만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 문턱이라고 단정짓기엔 좀 부족해 보이긴 해요. 굳이 갖다 붙이자면 '좌정관천'임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랄까요? 억지스럽게 보이긴 해도, 제가 신입생때 느낀 점중 하나랍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옛말 하나도 틀릴 거 없습니다. 어디서 얼마나 잘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끼리끼리 모이고 뭉치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에요. 자신이 입학때 우수한 성적으로 커트라인이 높은 과에 들어왔다면,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학생들도 '똑같이' 올라온겁니다. 되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도 있게 마련이에요. 범인(凡人)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거든요. 이 부분은 세계 어딜가도 다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든 캐나다에서든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대학이란, 이런 현실을 체험하게 해주는 곳이거든요.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을 원하시는 게 아니겠죠. (웃음) 제가 경험한 사례를 예로 들어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배우다/깨다

어디 어디에는 인종차별이 없다는 것은 순 거짓말일겁니다. 완전히 인종차별을 없애기란 (제 생각에는) 아주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하다 못해서 특정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해외생활이거든요. 일례로 특정 민족은 냄새가 많이 난다던가, 누구 누구네는 놀기를 좋아한다거나, 누구는 몰려 다니면서 시끄럽게 떠든다거나 등등, 모든 것을 다 언급하기엔 결국 제 얼굴에 침뱉기일거 같아서 누구를 지칭하거나 하진 않을께요. 요는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알아야 할 것, 몰라야 할 것 모두 다 알게 된다는 겁니다.

왠만한 것들은 다 알고 있었던 것들이니까, 제가 신입생때 배웠던 또는 깨버렸던 선입견을 대라면 바로 백인을 바라보던 사고방식입니다.

저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신다면, 저는 제가 순수한 박애주의자는 아니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를 특별히 차별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타인을 대함에 있어서 그/그녀가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대우는 해준다는 생각을 하며 살거든요. 그 대우가 선입견에 의해서 때로는 적게 또는 많게 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오른뺨을 맞았으면 왼뺨을 내밀만큼 착하진 못하거든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GTA지역이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등학교 생활을 4년반동안 하면서 느낀점이라곤 아시안계열 특히 한국계열이 학교 성적에서만큼은 월등하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소수의 학생이었긴 했지만, 이민/유학을 와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도 성적이 좋게 나오는 것은 (조금은) 자부심이 생기는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은 달랐습니다. 한국 사람이라고, 아시안 계열이라고 꼭 1, 2등을 하는 건 아니었어요. 가끔 아주 (미친) 천재같은 사람들도 보긴 했지만, 평균적으로는 열세였습니다. 누구한테 밀린거냐구요? 백인한테요.

사실 어떻게 보면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쁜 일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학교 공부에서는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밀리고 있으니까요. 순수 영어만 빼고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말예요. 제가 순수 학구파가 아니기 때문에 열성이 부족해서 제 스스로가 치고 올라가지 못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잘해주길 바라는 안이한 마음을 가졌는 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적어도 공대생 중에는) 제가 가지고 있던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이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아아, 물론 다들 열심히 했었고, 지금 이 시각에도 한국인 대학생들의 많은 수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더이상 누군가가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은 옛날 말 또는 고등학교까지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냉혹한 현실을 체험했고 깨달았습니다. 공부 방식이 틀렸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 과정에 대한 생각을 이 글에서 다루기는 힘드니까, 예전에 썼던 글을 살짝 링크합니다. 차후에 좀 더 깊이 다루게 될지도 모르죠.)

근데 백인들은 놀때도 참 잘 놀더란 말입니다. 단순 문화적 차이라고 보기엔 뭔가 다른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은데... 유전자에서 차이가 나는 걸까요?


천재는 다르다

언어의 장벽이었을 까요? 아니면 끼리 끼리 모였기에 다들 저만큼은 되는 실력이거나 그 이상인 탓일까요. 해도 해도 안되는 부분이 가끔은 있었습니다. 진짜 '토가 나온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될줄은 몰랐어요. 들어도 읽어도 써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해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그들을 천재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인종을 불문하고, 아주 특출난 사람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강의시간에 독특하거나, 한층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질문을 하는 그들은 날때부터 잘난 것일까요? 부럽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천재들의 반 이상이 백인이었는데... 진짜 어렸을 때 우유를 많이 마셔서 그런걸까요? 그저 제 자신의 한계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게 강의를 아무리 들어도 들어도 (가끔 졸기도 했지만) 이해가 안되는 건,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수업만 듣고 그것도 필기는 하나도 안하면서 한방에 이해하는 그들을 보면 저는 그냥 좌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거의 엄친아을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orz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는 지역구로 다닙니다. 잘못된 표현을 쓰는 걸 수도 있는데,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고등학교 생활이라는 것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걸어서 한 두시간 내에 존재하는 이웃 고등학교들이 전부일 수 밖에 없었던 고등학교 생활에 비해, 대학교는 전국 그리고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었거든요. 맥마스터가 그리 큰 학교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럽쪽에서도 사람들이 교환학생으로 오고 캐나다 전역에서도 몰려 왔거든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캐나다는 인종 전시관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캐나다 반대편에서 왔다는 말에 놀랐었지만, 지구 반대쪽인 홍콩이나 대서양 너머 영국에서 왔다는 말엔 더 놀랐습니다. 아마 비단 맥마스터뿐만이 아니겠죠. 어느 대학이든 유학생들이 많을겁니다. 그래도 전 신기했어요. 뭐하러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의대가 좋다는 말을 듣고 왔다는 사람들을 보면, 공부에 대한 열성이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만한 열성이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는 곳이 대학이기도 하지만요.

신기한 것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데도 금방 또 쉽게 뭉친다는 겁니다. 다들 너무도 스스럼없이 그룹을 맺고 친구로 사귀게 되고 말예요. 기숙사별로 뭉쳐서 게임을 할때의 열정을 보면 감탄밖에 안나옵니다. 서양은 개인주의해도, 팀을 위해서 희생해야 할 때면 얼마든지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하달까요. 누가 특별히 강요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클럽활동

뒤늦게 와서야 지인들 사이에서 클럽을 하나 만들어 볼 걸 하는 농담 반 진담 반인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 드라마 클럽 같은 거 말이에요. (웃음)

세계 어딜 가더라도 대학교에서 클럽활동을 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운동관련도 많고, AV (Audio/Visual)관련도 많고... 종교관련도 많아요. 민족관련도 많은데, 주로 아시안 특히 (캐나다에선) 홍콩/중국 쪽이 강세죠. 물론 한국사람들도 나름대로의 클럽을 만들어서 활동을 하고 합니다. KSA (Korean Student Association) 은 어느 대학을 가든 있을 테고, 기독교쪽도 클럽이 몇개가 된답니다.

항상 아쉬웠던 점을 들라면, 몇안되는 한국 사람들이 여러 그룹으로 쪼개져서 지낸다는 겁니다. 다들 과나 배경이 다르기에 쉽게 뭉칠 수 없는 탓도 있겠지만, 기독교 부분만으로도 클럽이 2~3개나 되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1.5세와 2세를 나눈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문화적 차이를 공유해서 융합할려고 노력을 해야지, 무조건 나눈다고 되나요. 이건 뭐 아주 조선시대 파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파벌로 나눠져서 서로 헐뜯고 뒷담이나 까대는 건 흉합니다. 좀 아쉬워요.


끌어주고 밀어주기

제가 3~4학년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인데, (여타 학교는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후배간에 끌어주고 밀어주기가 참 부족합니다. 여기서 끌어주고 밀어주기란 게, 단순히 족보를 (시험지 묶음) 물려 받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을 말하는 겁니다. 멘터링 시스템이 일례로 들 수도 있겠는데, 제가 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이 부분은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솔직히 후배가 모르는 게 있으면 나서서 선배를 찾아다녀야 되는 데, 뭐 그런 것도 없고. 다들 뭐하러 대학을 온 건지... 아무래도 이 부분은 차후에 좀 더 자세히 쓰게 될 거 같군요.


잊을 수 없는 추억들

이런 저런 불평 불만을 주르륵 많이도 썼지만...
대학생활에 있어서 가슴 시리고, 가슴 뜨거웠던 아련한 추억들의 대부분은 신입생때 경험했습니다. 사교생활에 익숙치 않은 제게 소수이지만 좋은 친구들과 형들을 만나게 된 것도 신입생때였고, 가슴 시린 경험을 한 것도 신입생때였어요. (철이 없었던 탓인지) 성적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시기인지라 좀 더 자유분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사는 것이, 꼭 신입생 1년을 최대한 만끽하라는 겁니다. 적어도 제게 있어선 신입 1년동안이 최고였거든요. (웃음)


사실 더 쓰라면 길게 길게 더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내용을 정리하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될 거 같아요. 거기다가 최대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글을 쓰려니 많은 부분이 절제되어야 하는 문제도 있어요. 혹시라도 생각나는 일화들이 있으면, 그냥 그때 그때 간략하게 쓰게 될 거 같습니다. 진짜 대놓고 글을 막 쓸려니 애초에 본 블로그의 (무례한 루드씨라고 간판을 달고 있음에도 분명히!) 색깔을 그리 잡은 게 아니라서 많이 힘듭니다. 음주 포스팅이라도 하면 모를까요. (웃음) 뭐 자서전을 쓰려는 게 아니니, 아주 날림으로 해 먹어도 다들 이해해주시겠죠. 아니에요? 아님 말고요.

공대생으로서의 경험 자체는 따로 쓰게 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공대출신이니 다른 과 보다는 더 자세히 다룰 수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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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산다는 건'을 주제로 글을 써나가다가 붕 띄워 놓으려니 기분이 찝찝해서 마무리를 짓자 싶어서 대학 생활 쪽으로 넘어가 봅니다. 제가 겪었던 경험에 비춰서 가볍게 쓸 생각인데, 대략 3부 정도로 나뉠 거 같습니다.

 

제게 있어서 대학은 3번의 시기로 나눠진답니다. 신입생때, 코압하기 전, 그리고 코압한 후. 신입생때는 신입생 나름대로 즐거웠었고, 코압하기 전에는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으며, 그리고 코압한 후에는 뭔가 사회에 대해서 짧게나마 알게 된 거 같아요. 코압이 제 인생의 (눈에 띌만한) 첫번째 전환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각 시기별로 하나씩 글을 써볼텐데,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그러려니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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